"그러게. 그렇지만 그 얄따란 밤이 그리워. 밤 따위 별거 아니란 느낌이잖아. 도쿄는 그게 굉장히 든든하게 느껴질 때가 있거든.""그렇겠지. 하지만 사실 밤은 별거 있단 말이지. 밤 덕분에 태곳적부터 인류는 수없는 망상을 길러왔으니까. 가끔씩 이런 데 오면 그게 실감되잖아? 재미있는걸. 이런 데서 책을 읽거나 음악을 들으면 기분이 어떨까. 똑같은 체험일까. 도심 아파트에서 라디오나 텔레비전을 켜놓고 읽는 책하고, 이런 조용한 어둠 밑바닥에서 밭 한가운데 외딴 집에서 혼자 읽는 책이 똑같을까. 게다가 그게 십대 때라면 꽤나 다른 체험이 되지 않을까.""어째 무섭다"아이코가 중얼거렸다."인간의 상상력만큼 무서운 건 없으니까"
- 달의 뒷면 中, 온다리쿠
깊고 깊은 밤을 경험하는 날이 줄어들고 얄따란 밤을 매일같이 맞이하다 보니 나 자신을 잃고 둥둥 떠있는 상태로 생활하고 있는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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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소설과 여행을 좋아하는 이유는 현재의 나로부터 벗어나 새로운 세계로 들어갔다 온다는 점에 있다. 익숙하던 생활에서 벗어나 다른 세계로 들어감으로써 삶에 매몰되어 있던 나를 인지하고 바라볼 수 있는 기회가 되는 것이다.
오랜만에 긴 호흡으로 책을 읽었고 다른 세계로 나를 옮기면서 현재의 나를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그것만으로도 고마운 책이다.
그래도 책이 뭔가 좀 아쉽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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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잠에 들지 못하고 조용한 밤시간을 좋아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때의 말랑말랑한 20대의 감성이 내 머릿속 어딘가에 처박혀 있는 것 같긴한데 아련하다.
그때가 가끔 그리워 진다.
그립기도 하지만 그 말랑말랑한 감성은 불확실한 미래에 기대고 있는 점이 큰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불확실한 미래를 둔 불완전한 자아가 중심을 잡지 못한채 흔들리기에 감성도 요동을 친 것은 아닌지.
그래도 가끔은 그 어리숙함이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