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각보다 두껍지 않아 편하게 읽었다. 이틀안에 한권의 책을 다 읽은건 참 오랜만이다. 같은 공간을 배경으로 들려오는 6가지 다른 이야기. 이 책의 매력은 같은 배경으로 다양한 이야기를 보여줌으로써 내가 타워의 주민이 되어 읽는듯한 기분에 있다. 읽으면서 증오할 수 밖에 없게되는 타워 내의 정부 체제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속의 사람들 때문에 미워할 수 없는 애증의 타워. 높이 2408m, 674층, 인구 50. 지상 최대의 마천루 '빈스토크'는 무서우리만큼 우리 사회와 닮아 있어 쉽게 몰입하여 읽을 수 있다.
이 책은 연작소설이다. '빈스토크'라는 배경만 같을 뿐 6가지 이야기는 이어지지 않는다. 등장인물부터 이야기를 다루는 방식, 서술형식까지 다르다. 다만 마치 다양한 티비 프로그램(뉴스, 드라마, 리얼버라이어티, 다큐멘터리, 쇼프로 등등)을 통해 사회를 들여다 보듯이 바벨탑이기도 하고 아니기도 한 타워를 들여다 본다. 각 이야기마다 현재 사회를 풍자한 느낌이 묘하다. 일대일 대응이 되는 풍자가 아닌 상황의 풍자랄까. 중간중간 선명히 보이는 풍자대상이 있기도 하지만 금세 이야기 속으로 숨어버린다. 숨바꼭질 하듯 풍자와 이야기 속을 헤매고 나니 책장이 끝나더라.
어쩌면 100년 뒤의 어느 나라 교과서엔 시대를 풍자한 문학 작품으로 이 작품이 실려 해석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수평주의자에 밑줄긋고 밑에 '블루칼라, 즉, 노동자들의 노조를 의미함' 쓰고 수직주의자와 양방향 화살표 처리하고 서로 대립관계. 이런 수업이 진행될지도 모르지. 내가 이러고 앉아 있는것도 역군은이샸다.
동원박사 세 사람_개를 포함한 경우
자연예찬
타클라마칸 배달 사고
엘리베이터 기동연습
광장의 아미타불
샤리아에 부합하는
개인적으로 첫 이야기인 '동원박사 세 사람'이 제일 나와 맞지 않았고 '자연예찬'과 '타클라마칸 배달 사고'가 손발이 오그라드는 결과로 이어져 기분좋게 읽었다. 부록으로 들어간 '내면을 아는 배우 P와의 '미친 인터뷰''를 읽으며 제일 많이 웃었다. 역시 부록으로 실린 '작가 k의「곰신의 오후」'가 제일 좋았다. 지구 온난화로 점점 얇아져가는 얼음 위에서 먹이를 찾아 헤매던 북극곰 한 마리가, 자신과 먹이 사이에 놓인 끈질긴 인연의 고리를 발견하고는 사흘 밤낮을 고뇌하다가 결국 세상 만물의 이치를 깨닫고 마침내 열반에 이르는 이야기라니, 당장 읽어보고 싶어지지 않는가..
내면을 아는 배우 P는 거의 모든 이야기에 살짝살짝 등장한다. 한 문장씩 등장하는 그 때문에 킥킥 웃었다. 왠지 골든리트리버가 연상되는 그다. 그 때문에 모든 이야기가 하나로 연결되는 듯한 느낌을 받기도 한다. 이런 유머 좋다.
다 읽고 나서도 과음한 다음날 아침 띵한 머리처럼 개운치 않은 건 '빈스토크'가 너무나 우리 사회가 닮아서 일까, 어제 늦은 시간에 마신 쏘맥 때문일까. 너무나 어려운 문제다. 어떤 사람에게 추천해야 하는 책인지 모르겠다. 두껍지도 않고 읽기도 편하니 손에 잡힌다면 읽어보면 괜찮겠다 싶다. 도서관에 대출예약 걸어서 2주 기다려 빌려봤다. 그냥 그렇다는거다.
덧, 책 뒷 표지에는 소설가 박민규씨가 추천사를 썼다. "아마도 100년 후, 한국 문단은 작가 배명훈이 이 땅에 있었다는 사실에 뒤늦은 감사를 표해야 할 것이다. 오늘 그가 쌓은 '타워'의 높이보다 그 탑의 그림자가 몇 배는 더 길거란 사실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래서 읽고있던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를 옆으로 밀쳐놓고 이 책을 먼저 읽었다. 조금 미안했다.
덧2, 내 이럴줄 알았지만 읽고 나니 저자와의 만남 다녀오신 분이 부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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