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랜만에 읽으면서 키키킥 거리며 웃을 수 있는 기분 좋은 책을 읽었다. 공지영씨가 슬픔을 짜내고 어두운 면만을 내비치던 소설들을 뒤로 하고 어느 순간부터 행복하고 밝은 이야기들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번에 내놓은 에세이집, 「아주 가벼운 깃털 하나」는 이야기들이 가볍기까지 하다. 가볍고 밝은 이야기들. 그래서 어쩌면 그녀의 무거움을 좋아하던 팬들은 살짝 실망할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새로운 팬은 늘지 않을까? 하는 생각.

표지에 쓰인 이 문구가 참으로 마음에 든다.'부질없다면 부질없는 글'을 예전부터 써보고 싶어 써봤다고 하는 공지영 작가의 프롤로그에 마음이 투두둑 풀어졌다. 긴장감은 무장해제 되었고 마치 누군가의 블로그에 올려놓은 소소한 일상 글을 읽는 듯한 느낌으로 읽어내려갔다. 아니 글들이 먼저 눈을 찾아 달려 들어온다고 해야하나.(좀 오버한 듯..) 그 힘은 단연코 유머였다. 키키킥 재밌잖아. 그러고 보면 내가 즐겨 찾는 블로거들도 유머를 기반으로 글을 쓴다. 가끔센치해지기도 하곤 하지만 사람이 마냥 밝을 수 만은 없는 거잖아..? 어쨌든 유머는 연애에선 윤활유고 화목한 가족을 위한 필수 조건이며 인생을 행복하게 살아가기 위한 기초조건이 아닐까.
앞에서 밝혔듯 이 책은 이웃집 사는 블로거의 글을 읽는 느낌, 덜도 말고 더도 말고 딱 그런 느낌이다. 엄숙하지도 않고 딱딱하지도 않다. 억지로 지어낸 것 같지 않은 우리네 사는 이야기가 글자로 펼쳐져 있다. 내 눈알은 마우스 스크롤 내리듯이 죽죽 밑으로 굴러가고 한 편의 에세이의 마지막 문장이 끝난 뒤엔 손이 근질근질하다. 댓글을 달아야 할 것만 같은 기분에 간질간질.
한겨례에 연재 보러가기!
실제로 이 책은 한겨레에서 기획 연재로 작년 5월 부터 12월까지 매주 목요일마다 올라온 글을 엮은 것이다. 순서의 차이만 있을 뿐 글은 차이가 없는듯 하다. 반짝반짝 귀찮게 깜빡이고 있는 광고배너가 없고 모니터 화면을 보는 것보다 눈이 편하다 보니 아무래도 책으로 보는 것이 더 좋다. 게다가 책은 역시 넘기는 재미가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하하
아무래도 웹상의 글이라 '대략 난감, OTL, 헐!' 이 책안에도 그대로 쓰여있다. 이외수씨의 하악하악 생각도 나면서 기분이 묘하다. 시대를 따라가는 느낌도 좋고 문학은 어렵고 딱딱한 것이라는 편견을 집어치우기에도 좋다.

그런데 이게 웬걸..
어어.. 점점 무거워지네..
깃털이 내려 앉는다. 작은 바람에도 두둥실 떠올라야 할 깃털이 무겁다. 사회가 그렇게 만든다고 한다. 하긴 딩가딩가 부른 배 두들기며 풍유를 읊는것도 시대가 평안해야 가능한 일 아니겠는가. 국민이 정치에 큰 관심을 쏟지 않고 자신의 일에 몰두 할 수 있는 사회가 좋은 사회일 터인데... 이건 뭐 관심을 가지고 감시 하지 않으면 무슨 사고를 낼지 모르는 천방지축 애 감시 하는 기분이니..
그래도 애써 떨어지는 깃털을 밑에서 후후 바람 불어가며 가볍게 띄워보려고 노력한 흔적( 대부분 유머로 버무리고 넘어가려는..) 모습이 보여 마지막까지 깔끔하게 끝난다. 마지막 에필로그의 '자기 인터뷰'도 재밌고 흐흐
한겨례에 연재한 글들이다 보니 아무래도 정치색이 들어난 글은 한겨례의 그것과 비슷하다. 근데 사실 블로그에 글 쓰는 사람 중에 MB 칭찬하는 사람은 본 적이 없으니 그냥 흔한 일반인들과 같은 모습이지만 한겨례라는 연재 공간 때문에 색안경을 쓰게 되는건지도 모르겠다. 이 정도는 나도 가지고 있는 생각이니..패스..

하나의 주제 아래 쓰인 글이 아니다. 그저 주변의 이야기를 가볍게 써보고 싶었다는 작가의 말처럼 누군가의 일기장일 뿐이다. 다만 그 누군가가 이 시대를 같이 살아가는 작가의 일기라는 점이 특별하달까. 새로운 블로그 이웃을 추가하고 그의 밀린 일기글을 쭈욱 읽어낸 기분 :)
공지영 작가에 대해 잘 알 수 있는 책이다. 본인의 일기장을 공개한 느낌이랄까. 저렇게 솔직 할 수 있는 모습에 조금 놀랍기도. 악플 많이 받는 작가로 둘째간다면 서럽다는데... 이외수씨가 악플에 관해선 더 쎄신듯.

요런 재미난 일러스트도 읽는 재미를 더한다. 적절한 짤방역할이랄까. 모든 이야기마다 한 구석씩 차지하고 있는 일러스트가 이야기를 압축해 놓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가벼운 깃털을 아주 가볍게 만드는데 톡톡히 한 몫을 하지 않았나 싶다. 일러스트는 이민혜씨가 맡아서 했다고 한다.

재생지의 사용으로 책은 크기에 비해 가벼운 느낌이다.(이것도 고려한건가...) 그리고 한 쪽에 들어가 있는 글의 분량도 얼마 되지 않고 짧은 토막의 산문집 이다보니 읽는데 아무런 부담 없어 좋다. 일러스트와 더불어 그림일기 보는 듯한 기분으로 읽기 적당한 책이 아닐까 싶다. 다만 진한 감동이나 여운 등을 바라지 않길.. 정말 말 그대로 가벼운 깃털 같은 이야기들이니까..






덧글
눙누낭나 2009/04/06 13:40 # 답글
덧글을 달아야할 것 같은 기분에 간질간질하여 덧글을 남겨요. 방금 한겨레에 가서 글을 몇 개 읽어봤는데, 미친듯이 읽어 내려가다가 정신을 차리고, 하루에 하나씩 아껴가면서 봐야겠다 싶어서 즐겨찾기만 해놓고 창을 닫았어요. 오오, 가벼워라.
oskar 2009/04/06 18:01 #
글이 가볍죠? :)제목을 정해놓고 연재를 시작한거라 노력한 흔적이 보여요.
정말 가벼운 이야기들만 한 것 같은데 그게 또 매력이더라고요 'ㅡ'/
나름뉴요커 2009/04/06 16:53 # 답글
공지영 책은 너무 무거워서 좀 멀리했었는데, 한겨레가서 읽어봐야겠어요~~~좀 늦었지만 좋은 하루 되세요~ ^^
oskar 2009/04/06 18:00 #
나뉴님은 주무시고 계시겠네요 :)좋은 아침 맞이 하세요'ㅡ'/
쵸죠비 2009/04/08 03:19 # 답글
덧글을 달아야할것만같은 느낌이라니 그말이 이책을 다 말해주고있는 것 같아요. 그느낌은 뭔지 알거든요 ㅎㅎㅎㅎㅎ 굳이 생각하면서 달게 아니라 그냥 공감이나 이런부분의 덧글같은 거 맡죠?오스카님이 소개해주신 책중에 제일 구미가 당기는 책이에요!! ㅎㅎㅎ
oskar 2009/04/08 10:18 #
맞아요 ㅎ 공감하다 보면, 혹은 나도 겪어본 일이라면 한마디라도 덧글 달고 싶은 기분이랄까요. :)가벼운 책이니 기회가 된다면 읽어보세요. 전 이 책에 달릴 쵸죠비님의 덧글을 보고 싶네요ㅋㅋ 은근남(?)의 집에서 쵸죠비님 덧글 구경(?) 하는 재미가 쏠쏠 하거든요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