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스노우 드롭은 이브를 위해 천사가 만들어 준 꽃이래.
낙원에서 쫓겨났을 때 눈이 내리고 있었는데 이브가 추위에 떠며 낙담하자 하늘에서 천사가 내려와,
손으로 하얀 눈을 감싸자 모두 순백색의 스노우 드롭으로 변한거야.
곧 따뜻한 봄이 올테니 걱정 말라고..
그래서 이꽃은 희망과 위안의 뜻을 함께 갖고 있어.
제일 먼저 피어나 봄을 알리듯..
- 만화책 '스노우드롭' 中 유소나의 말
1. 날이 무더운 지난 목요일(6월 25일) 대학로에서 뮤지컬을 보고 왔다. 대학생 방학이 시작되어서인지 대학로엔 사람이 넘쳐났다. 초대권으로 보는 뮤지컬인데다 포스터만 봐도 흥미가 그리 일지 않는지라 사실 재미없을까봐 조금 걱정했다. 맥도날드 뒤에 위치한 우리극장앞에는 사람이 글게 줄을 서서 입장하고 있었고 걱정은 기대반 불안반으로 변했다. 평일에 이렇게 사람이 많은건 공연이 정말 좋다던가 아니면 정말 많은 초대권을 배포했거나라는 생각.
공연은 생각보단 괜찮았고 자리는 생각보다 엄청 불편했다. 이렇게 이야기하다간 두서없이 쓰게 될것같으니 천천히 이야기해 보자.
스노우 드롭 시즌 2 - 마지막 여행
장르 : 뮤지컬
장소 : 대학로 우리극장
관람시간 : 2009.6.25 목요일 7시 30분 공연.
2. 노래와 춤.
뮤지컬은 노래와 춤이 어우러진 연극이다. 그렇기에 뮤지컬에서 박수를 치다가 웃으면서 나오느냐, 하품을 하다가 욕하면서 나오느냐는 배우들의 노래와 춤 실력에 좌지우지된다 할 수 있겠다.
이 뮤지컬의 제일 큰 문제로 지적할 수 있는 것은 배우들의 노래가 그닥 좋지 않다는데 있다. 오마담(이상곤)을 제외하곤 배우들의 성량이 전체적으로 약하다. 그렇다보니 전체 합창이 들어갈경우 노래가 조화를 이루지 못한다. 게다가 치명적인 것은 화음이 불안하다는 점이다. 특히 슈바이처(차재희)의 화음은 불협화음을 만들어 듣는이들을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명색이 뮤지컬인데 관객들이 노래를 들으며 불안해 한다면 문제가 아니겠는가.
반면 춤은 좋다. 발레를 전공하신듯한 스마일(김보현)의 춤동작과 헛다리(신동웅)와 슈바이쳐(차재희)의 힙합춤(나이트 춤 같기도...)도 좋다. 오마담(이상곤)의 과거 회상씬의 댄스 부분도 보는 재미는 좋다. 노래가 부실하다보니 춤에 주력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특히 처음부분의 변검부분은 짧지만 관객의 집중을 확 잡아주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리고 특히, 배우들이 춤출때 행복해 보여 좋다. 춤추는 동안 배우들의 얼굴에 꾸밈없는 환한 웃음이 보인다. 그런 배우의 감정은 고스란히 관객에 전해져 함께 들썩이게끔 한다.

3. 캐릭터와 배우.
이 공연이 처음 공연될 때엔 총 8명의 배우가 등장했나보다. 공연소개를 찾아보면 8명의 등장인물이 나와있다. 지금은 6명의 배우가 공연을 하고 있고 각각의 캐릭터가 뚜렷하다. 다르게 말하자면 캐릭터가 강하다고 할 수 있겠다. 전체적으로 극이 재밌었던 이유는 스토리보다는 캐릭터의 힘이 크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다. 사실 스토리는 진부하기 짝이 없는 내용이니까.
슈바이처는 넘버쓰리의 송강호 톤을 따라간다. 허풍을 떠는 면이있다.
헛다리는 외모부터 말투까지 한민관(개콘에서 "스따가 되고 싶은 연락해~")이 자꾸만 떠오른다. 찌질한 시다발이 역할.
오마담은 헤드윅을 떠올리게 한다. 게다가 이 공연의 총 연출을 맡기도 했다. 더더욱 헤드윅과 겹쳐보인다. 노래도 가장 안정적으로 부르고 느글느글한 멘트에 각선미까지. 요염하게 성적소수자를 잘 표현했다. 십점 만점에 십점.
루시퍼는 폼생폼사. 얼굴도 반반하니 괜찮은데 노래중간 삑사리... 목관리 부탁드립니다.
스마일은 경상도 아가씨. 이중적인 모습.
인질은 밝게 웃는 얼굴이 참으로 매력적이다.
연기는 오마담이 단연 최고였다. 손발이 오그라들 정도의 대사와 콧소리. "아악 미쳐버리겠네!!" 라는 관객의 외침이 곳곳에 들리고 내 속에서도 들린다. 극 전체 분위기를 장악하는 카리스마를 가진 캐릭터.

자리가 너무 불편했다. 7시 10분에 도착해서 받은표는 제일 뒷자리. 내 뒤로도 표를 받은 사람들이 꽤 있었음에도 제일 뒷자리를 받은것으로 보아 초대권은 뒷자리로 배정하지 않았나 하는 의혹이 들었다. 천장을 지나는 파이프관이 시야를 살짝 가려서 기분이 안좋은데다 자리도 좁은터라 시작하기 전부터 살짝 기분이 언짢았다. 에어컨 바람도 턱없이 약해 가져간 부채를 부치면서 공연을 관람하기도 했다. 옆에 앉은 사람이 "극단이 욕심 좀 많은듯 한데?" 라는 말에 주위 사람들이 모두 공감하는 분위기.
6월 28일 공연까지 하고 휴식기간을 가진다고 그 전에 초대권을 지나치게 계획없이 배부하지 않았나 하는 의심도 들었다. 입소문을 기대했겠지만 이런식의 홍보라면 문제가 있지 않나싶다. 열심히 공연한 배우들이 쌓은 좋은이미지를 극단이 다 깎아 먹는 결과를 초래할지도 모른다.
공연의 분위기는 좋다. 소극장이라는 점에서, 배우와 관객이 가깝다는 점에서 살아있는 공연이라 좋다. 무대위에서 뛰는 배우들의 땀냄새와 숨결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무대. 앞줄에 앉은 사람들은 부러웠다. 다시 오픈런으로 공연을 시작할때 만약 같은 극장에서 공연을 한다면 뒤에 두줄정도는 그냥 비워놓는게 좋을듯하다.
5. 잘 만든 B급 뮤지컬.
이 공연은 관객과 계속 호흡하는 공연이다. '쉬어 매드니스'처럼 관객이 결론을 바꾸진 못하지만 공연 중간에 관객이 무대에 끌려올라가기도 하고 질문에 답하기도 하고 배우들은 계속 관객과 소통하려한다. 경직된 자세로 공연관람하던 관객들의 마음을 여는 효과도 있고 극의 집중도 높여주는 괜찮은 시도라 생각한다.
관객의 호흡을 유도한다는 점에서 B급 뮤지컬의 냄새가 난다. '오페라의 유령', '라이온킹', '캣츠' 같은 뮤지컬을 A급 뮤지컬이라 한다면 이 뮤지컬은 잘만들어진 B급 뮤지컬이다. 마치 뮤지컬계의 '다찌마와리'같다는 생각이다.
B급 뮤지컬에선 관객의 자세가 중요하다. B급 공연의 완성은 관객에 의해 만들어진다. 마음이 열려있고 기꺼이 배우와 같이 호흡한다면 배우와 관객들 모두에게 A급 공연이 되는것이고 관객의 마음이 닫힌대로 냉대로 일관한다면 C급 공연도 될 수 있는것이다. 다행히도 이 공연은 잘만들어진 B급 공연이라 할 수 있겠다. 공연보는동안 눈이 즐겁고(차마 귀가 즐겁다곤 하지 못하겠다.) 신나게 박수치고 웃을 수 있는 공연이었다.
열악한 환경임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으로 공연이 좋게 느껴졌던건 코믹의 힘이 아닌가 싶다. 실컷웃고나서 정색하며 욕하기란 쉽지 않으니까. 코믹적인 분위기를 만드는데는 헛다리의 역할이 크다. 약방의 감초 같은 역할로 공연의 분위기를 살린다. 오마담은 위에서 많이 칭찬했으니 패스.
6. 그 외의 마음에 들지 않는 점.

2) 덥다. 이건 위에서 말한 극단이 욕심이 많다와도 연결되는데 자리에 경계가 없다 보니 사람들이 어쩔 수 없이 붙어 앉게 되는 상황. 소극장이라는 점을 감안해 조금은 불편한 좌석을 이해할 수 있지만, 그래도 너무 많은 사람을 집어넣은 것은 아닌가 생각이 든다. 특히 제일 뒷자리엔 천장과도 가까워 구조물이 시야를 조금 가리기도 한다. 우리 극장을 포기 하던가, 뒤에 두줄을 포기하기를.
3) 다른 공연과 다르게 시작전에 배우가 나와 간단하게 핸드폰을 꺼달라거나 촬영을 금한다는 말이 없어 아쉬웠다. 가끔 공연보기전에 깜빡하고 핸드폰을 끄지 않는 사람들이 있어 공연중에 핸드폰이 울려 얼굴을 찌푸리게 되기도 하니까 말을 해주는 것이 좋지 않을까. 거기에 덧붙여 좌석이 불편하니 양해를 구한다는 말만 있어도 마음이 좀 풀어지지 않을까. 말 한마디에 천냥 빚도 갚는다는데말하는데 돈 드는것도 아니고, 자그마한 배려가 아쉽다.

끝나고 사진 안찍고 간다고 이렇게 으르렁 댈게 아니라 불편하게 공연 관람하는 관객생각 좀 해주세요.
7.
포토타임은 만족스러웠다. 그 분과 같이 갔으면 사진도 찍고 올텐데 아쉬웠다.
'웃으며 살기에도 인생은 짧잖아요'. 익히 들어왔지만 늘 잊고 사는말. 가끔은 이런 진부한 대사가 울림있게 다가오기도 한다. 바로 이런 점이 공연의 매력이 아닌가 한다.
매일 무대에 올라 춤추고 노래할 수 있는 배우가 부러웠다. 그리스인 조르바는 자신의 감정을 춤으로 표현한다. '포르토벨로의 마녀'에 등장하는 아테네도 춤을 춘다. 춤을 추는 사람은 자신의 감정을 더 풍부하게 표현할 수 있게 된다. 자신의 감정을 온 몸으로 느끼고 발산 할 수 있는 그 점이 부럽다. 자신의 감정에 대한 자유로움을 대리만족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웃고 즐기기엔 좋은 공연이었다. 다만, 교훈적이거나 감동을 기대하지는 않는것이 좋을듯하다. 이야기는 너무 뻔하고 진지한 고민을 던져주기엔 극이 약하다는 느낌이다.

공연 잘 봤습니다.꾸벅.






덧글
승혜 2009/07/06 09:44 # 삭제 답글
볼링 가자 ㅋㅋㅋㅋ
oskar 2009/07/06 14:05 #
언제요?시간 맞으면 콜 ㅋㅋㅋ
그리고 이런 댓글은 방명록도 있는데 거기다 달아줘요 ㅋㅋㅋㅋㅋㅋ
승혜 2009/07/06 17:05 # 삭제
싫어 ㅋㅋㅋ
2009/07/17 00:01 # 삭제 답글
비공개 덧글입니다.
oskar 2009/07/19 03:45 #
그러셨군요 ㅎ제 포스트가 도움이 되셨다니 기쁘네요. ㅎ
다행히 뒷 두줄이 비워졌나 보네요. 캐스팅도 바뀐모양이네요. 다시 보고 싶은 생각도 살짝 듭니다 ㅎㅎ